파티의 메인 DJ가 부스에서 내려가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플로어를 빠져나가며, 강렬하던 춤사위도 심장의 명령으로 BPM을 낮추기 시작하고, 벌컥 벌컥 들이키던 맥주병이 바닥에 뒹굴 거리는 게 눈에 띄기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 한숨 돌리고 바깥으로 나가보면 차가운 새벽이 오늘이라 믿어왔던 밤을 어제라고 인지하게 만드는 바로 그런 기분... 파티피플에게는 아쉬움과 함께 안식으로의 초대가 이루어지는 시간... 우리는 이런 총체적인 형이상학적 , 이하학적 모든 현상의 집합체를 끝 또는 마지막이라고 부른다.
신나게 달리던 2007년이라는 번개호가 연료게이지의 끝을 보이며 아쉬움을 각오하라고 말한다. 올해도 우리 PartyLUV와 필자는 신나게 달려왔다. 물론 화끈한 연말파티가 아직도 달력에 표시되어 있지만, 이글이 올해가 가는 마당에서 업로드 되는 필자의 마지막 글인 것 같아서(물론 내년에도 필자의 리뷰는 계속된다) 나름대로 올해를 정리하는 센티한 글과 오늘의 주인공 클럽 blurr를 오버랩해주는 참신함을 발휘해보고자 한다.
올해 파티씬 특히 일렉트로니카 클럽씬에는 확실히 거센 바람 한줄기가 있었다. 강남에서 시작된 이 바람은 홍대로 넘어왔고, 그 바람이 잠들어 버린 곳은 바로 클럽 blurr이다. 강남의 클럽 Circle을 시작으로 Club Spot 과 mASS, Answer가 들어서더니 크고 작은 규모의 하우스 바, 일렉트로니카 라운지들이 들어서고, 홍대에서도 Underlounge가 들어섰다. 그리고 올해의 이 클럽 오픈몰이 바람은 홍대의 클럽 blurr의 오픈으로 종식되었다.
blurr의 Grand Opening Party 일정 중 하이라이트인 Coyote Ugly 공연에 참석한 필자는현 홍대 클럽씬의 강력한 패왕 M2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 대권주자가 등장했음을 직감 할 수 있었다. 모름지기 야당 없는 여당의 정권 독식은 스스로 자멸하거나 독재만 양산하기에 M2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이런 메가 클럽의 등장은 단언컨대 클럽씬 전체에 득이 많을 것이다. 더욱 레지던트 DJ 리스트를 보면, 짐작 할 수 있듯이 하우스 중심인 M2의 라인업과 차별화되는 DJ Jerry M과 Paust, 또한 Jiro 같은 이들로 인해 유럽형 음악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몇 번 언급했듯이 큰 틀에서 미국은 하우스가 전체적인 흐름을 타고 있지만, 유럽은 양상이 전혀 다르다. 테크노,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트랜스가 전 클럽씬과 파티를 통틀어 최고의 메인스트림인 것이다. 필자는 홍대씬에 유럽지향적 소규모 클럽들이 하우스에 무너지는가 싶었는데, blurr의 등장으로 앞으로 비주류로 였던 여타 일렉트로니카 음악들이 다양하게 공급되는 정말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클럽 blurr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클럽리뷰를 통해 더 자세히 파고들자. 사실, 이글을 읽는 파티피플들도 사실은 파티보다는 클럽 blurr가 궁금할 것으로 안다.
코요테 어글리는 영화 코요테 어글리의 성공과 함께 생겨난 공연 팀이고 오리지날 팀의 기수가 늘어감에 따라 많은 수의 멤버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온 코요테 어글리도 처음 보는 멤버들이었다. 이들의 공연은 무대가 좁은 것을 빼고는 신나고 즐거웠다.(이들에게 넓은 무대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 코요테 어글리를 접한 클러버들은 일렉트로니카가 아닌 음악이어도, 그들의 당당한 매력에 왠지 모를 대리만족으로 많은 즐거움을 느끼는듯했고, 아리송한 리스펙트도 던져주는 듯 했다.
그녀들은 영화 코요테 어글리의 히트곡 Can't Fight The Moonlight을 부르며 DJ 들에게 바통을 넘겨주며 아쉬움 속으로 사라져갔다. 이어서 나온, 말랑말랑한 하우스가 아닌 비트감 있고, 질감이 굵은 음악들이 필자를 즐겁게 해주었다. DJ Jiro와 Jerry M, Paust의 음악은 클럽을 언제나 파티의 분위기로 업 시킬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이들의 DJing에 많은 클러버들이 신나게 뛰어놀 모습이 그려지며 왠지 모를 기대감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날 파티에서 가장 필자를 즐겁게 해주었던 순서는 다름 아닌 여성 댄스팀 Max였다. 두 번이나 나타나서 클럽 안의 모든 이들의 혼을 빼놓은 그녀들을 또 다시 보고 싶은 것은 비단 필자 뿐 만이 아닐 것이다. 이날 파티는 적은 홍보에도 많은 이들이 와 주어서, 앞으로 클럽 blurr의 앞날에 청신호를 보내주었다.
홍대의 절대 강자 M2 바로 옆에서 도전장을 내민 메가 클럽 blurr의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하자! 한해가 저물고 있다. 아직도 당신은 방구석에서 MP3파일로만 음악을 듣고 있는가? 클럽에 가면 거대한 스피커를 통해서 당신의 심장에 강력한 연료를 펌프질 해줄 DJ들이 기다리고 있다. 택시비도 필요 없다. 첫차는 어김없이 제 시간에 온다! 음악을 듣는 건, 어제까지의 일이다. 음악을 느끼는 건 더욱 행복하다는 것을 먼저 이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약속한다.
파티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더 자세히 이야기 하고 싶다. 음악과 춤과 함께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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