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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야....고마워..."

James1004 2015. 6. 21. 05:53





애들아....


몇년동안 내 모든 무게를 견디며

제일 더러운 꼴들만 당하면서도....

아무말 없었구나...


항상 신기전까지는 집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서 

내가 신어주기만을 그렇게 기다리던 너희들....


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상처와 성장을 모두 받쳐준 너희들을...

일년에 몇번 제대로 닦아준적도 없었네...

단지....귀찮다는 이유만으로...


똑같이 몸에 걸치는건데...

옷에는 뭐 묻을까 밥먹을때도 조심하고 

좋은 옷은 세탁소에 맡겨가며 애지중지하는데.....

너희들은 언제가 찬밥취급이었네...


오늘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정말 

너희들 모습....많이 망가졌더라....


그런데...그런 너희들의 보이지 않던

작은 상처들을 보며 천천히

닦아 내는데.....


전에는 들리지 않던 너희 목소리가 들리더라...


"앗, 주인님 무슨 좋은일 있으세요

절 오늘 왜 이렇게 이쁘게 닦아주세요."

.

.

.

"재네 둘은, 가끔씩 닦아주신거 보고

많이 부러웠는데 오늘은 저도 같이

닦아주시니까 너무 행복해요.

.

.

.

"주인님 너무 기분좋아요~

내일은 간만에 저도 신어주시나요~

너무 신나요~"


"주인님! 딱딱한곳도 울퉁불퉁한곳도 제가

다 견딜께요. 

주인님 발 안아프게요."


"그리고 주인님....

이렇게 망가졌는데도 저를 

버리지 않아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

.

.


애들아....미안해....그리고 고마워.

영원히 버리지 않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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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신발이 더러워진것 같아

간만에 닦아줬다.


난 정말 신발에 신경을 안쓰는 타입이어서

거의 닦지 않는데....이상하게 

오늘은 달랑 3켤레뿐인 신발들을 다 꺼내서 닦았다....


태어나서 신발 3켤레를 한번에 닦은건 처음이다.

.

.

.

그리고....


 구두 닦으며 울어보기도 난생 첨이다.

누가 보는 사람이 없어서, 
눈치 볼거 없이 졸라 울었다.

ㅠㅜ...


낡고 헤져도 버리지 않을께...

그냥 니들 3총사는 평생 안고 살께.


졸라 미안하고 고마운 새끼들...


오늘 구두 닦으며 '충성' '의리' '희생'

같은걸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늘 내곁에 있어서 몰랐던 고마웠던

모든이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



#감사 #희생 #충성 


-구두닦이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