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heon Pentaport Rock Festival 2007/08/02 10:50:53 | |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여운은 아직도 가시지 않은 느낌이다, 젊음의 폭풍우가 한바탕 몰아치고 간 느낌. 폭우와 진흙탕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던 작년의 기억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던 음악 매니아들은 행사를 꽤나 남겨둔 시간부터 일찌감치 장화와 우의를 구입하는 등, 짐을 꼭꼭 챙겨두고선 일기예보를 꼬박꼬박 확인하며 이번 2회 행사를 기다려 왔으니까. 게다가 행사가 끝난 지금도 길거리를 거닐다보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되돌아보면, 올해의 행사는 작년과는 달리 비가 거의 오지 않아서 3일동안 행사장에서 살면서 활보하기엔 다행스럽게도 훨씬 더 나은 환경이었던 것 같다. 첫째 날 도착해서 처음으로 본 무대는 빅탑에서 있었던 OK GO 의 공연이었는데, 라인업 발표 때부터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있던 무대였다. 지금은 이미 매우 유명해져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밴드이지만, Youtube 에 올라온 이들의 뮤직비디오는 전세계적으로 20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뮤직비디오로 세계를 제패한 밴드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OK GO 라고 하면 낯설어할 이들도 트레드밀(런닝머신) 댄스 뮤직비디오나, 아기자기한 뒷마당 댄스 뮤직비디오를 본다면,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그 날의 공연도 어김없이 그들 특유의 뒷마당 댄스가 작렬했고, 끼리끼리 모여서 온 사람들 일부는 그들의 율동을 따라하는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사람들의 반응이나 공연의 분위기만 보았을 때는 헤드라이너 저리가라 할 정도로 폭발적이었으니 실로 엄청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한 시간 후에 뒤이은 The Chemical Brothers 의 공연, 시작 전부터 빅탑 주변은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모여드는 듯 싶더니 어느 덧 무대 주변을 새카맣게 채워버렸고, 인트로 음악이 잔잔하게 깔리면서 사람들은 Chemical 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Chemical Brothers 특유의 몰입도 있는 음악에 빠져 사람들은 자유롭게 몸을 흔들고 음악을 느끼는 모습이었고 무엇보다 압권이었던 것은 그들의 음악과 함께 제공되는 비주얼이었다. 음악의 분위기와 아주 적절하게 싱크로 되는 비주얼에 빠져 사람들은 무대로부터 눈길을 거두기가 힘들 정도였으니까. 거대한 로봇이 걸어오는 강렬한 비주얼과 그로테스크한 광대의 얼굴은 아직까지도 그 순간의 음악과 더불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러한 훌륭한 비주얼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란 사실 흔한 것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자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한 가운데에 나 자신이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첫날밤의 Groove Session 은 DJ Takuma 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특유의 비트감 있는 하우스로 분위기를 한껏 올려놓은 상태로 BT 의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집중도와 호응도에 있어서 BT 의 플레잉은 이 날의 백미라고 부를 만 했다. 펜타포트 스테이지를 가득 채운 수많은 사람들은, 대낮에 그렇게 끊임없이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지치지도 않는 에너자이저처럼 폭발적으로 열광하고 춤추고, 소리질렀다. 열광적인 반응이 기분이 매우 좋아진 BT 역시 폭발적인 사운드로 청중들에게 화답하는 모습이었다. 좁은 클럽이 아니라 탁 트인 곳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 보지 않고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닭머리를 뒤집어 쓴 사람들, 말머리를 뒤집어 쓴 사람들, 티셔츠에 메시지를 담아서 옷을 흔드는 사람들, 다양한 개성의 사람들이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둘째날엔 안개비가 흩날리듯 내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사람들이 즐기는데 큰 지장은 없었던 것 같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단위로 놀러온 사람들이 참 보기 좋았는데, 어린 아들, 딸의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부모님을 따라 같이 춤추는 꼬마들이 참 귀여웠다.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가족들은 너무 행복해보였는데, 그런 가족들을 여기저기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2회가 되었을 뿐이지만 그래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가족들이 함께 와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다가올 행사들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커졌다. 이 날의 헤드라이너 L'Arc~en~Ciel 의 무대에는 많은 여자팬들이 모여들어 소리지르고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꽤 많은 일본인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까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위해 놀러왔다는 일본인을 만났는데, 연신 엄청나다며 감탄을 연발하면서 주위의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단골손님, FPM 과 드래곤 애쉬의 아쯔시의 무대. FPM 은 이 날 처음에는 약간 실험적인 DJING 을 선보였으나 후반부로 갈 수록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파워풀한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아쯔시의 댄스 역시 시각적으로 볼 거리를 제공하면서 분위기를 크게 띄우는데에 일조했다. 이틀 동안 제대로 잠을 못자고 놀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힘든 줄 몰랐다. 펜타포트 기간 동안 아디다스에서는 아디다스 펜타비치를 운영했는데, 이 곳에서는 실력파 로컬 DJ 들의 DJING 과 아티스트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상당한 호황을 누렸다. 밤 늦은 시간의 펜타비치는 그야말로 모래 한 가운데 모닥불을 피워놓고 다 함께 즐기는 해변 파티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고 그곳에서 즐기던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도쿄 출신의 모델이자 최근엔 DJ 로 인정받고 있는 DJ Fhifan, 락 스피리트의 DJ Guru, 로컬 DJ Crew 인 BreakBakery 의 Miryo, Kuma, Gon 그리고 Triple House 의 DJ Flamenco 가 번갈아가면서 그루브를 타 사람들과 함께 하나되는 모습이었다. 해변 오두막에서 열리는 듯한 비치 파티를 연상케 하고 멋진 비주얼 영상을 제공함으로써 Groove Session 못지 않은 열혈팬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확신한다. 마지막 날엔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Damien Rice 가 건강 문제로 펜타포트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되어 매우 아쉬웠으나, 그래도 어느 날보다도 많은 사람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그 이유는 마지막 날의 헤드라이너 Muse 때문이리라. Muse 는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꽤 늦어진 시간에 공연을 시작해서 수 많은 음악 매니아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으나 결국 늦은 시간까지 빅탑을 폭발시켜버릴 것 같은 강렬한 음악으로 매니아들과 하나가 되었다. Muse 는 그야말로 Muse 만을 바라보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온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꽤 늦은 시간까지 공연이 이어졌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Muse 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고, Muse 가 내려온 이후에도 마지막 Groove Session 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사람들의 발걸음은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직까지 축제문화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지만, 이러한 자리가 마련되어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분명히 큰 행운이고, 하나의 행복이었다. 게다가 북미나 유럽에서 볼 수 있는 페스티벌에 비해서 매우 평화적인, 그러니까 폭력적이지 않으면서도 에너지를 한 껏 발산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공연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아쉬움도 조금씩은 볼 수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작년에 비해서 행사 진행이 매우 매끄러웠다는 평가이고, 무엇보다 페스티벌을 찾아준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 제공이 훨씬 나아졌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령 세면시설이라든가, 샤워시설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해서 작년의 불만을 많이 해소했던 것 같고, 다양한 문화관련 부스나 푸드존의 제공으로 행사장 안에서 2박 3일을 지내는데도 큰 아쉬움이 없었으니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음하는 일부 사람들,혹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강한 슬램으로 주변인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몇몇 사람들도 보였지만, 앞으로 있을 행사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멋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작년보다 올해에 더 나은 모습을 보였듯 다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젊은이들에게 다가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
출처: http://partyluv.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