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2007년 인거 알고 있지? 그런데 이런 야외 축제가 한국에서는 처음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 하지만 1년에 한번이라도 좋으니 매년 이런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어..."
5월 5일 어린이날, 어린이라고는 한명도 찾아보기 힘든 난지지구! 그 축제의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친한 외국 DJ 가 필자에게 호소하듯 꺼낸 말이었다. 필자는 너무나도 엄청난 노력의 산물인 2박 3일의 축제 현장 중 단 하루만 가보았을 뿐이지만 놀이문화 결핍증에 피가 말라버린 국내 매니아와 타의든 자의든 한국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또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외국인들에게 이 행사가 얼마나 대단한 위로였고 기쁨이었는지 절대 잊지 못할 Tattoo 처럼 깊게 새기고 돌아왔다.
이 리뷰를 쓰고 있는 현재 아직 제대로 된 전문지나 웹진에서의 이번 축제에 대한 평가는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리고 단 10시간 밖에 그곳의 흙먼지를 뒤집어쓰지 못한 필자는 더욱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나 효용을 따지는 관점에서의 평가가 아닌 매니아의 한명으로서라도 이번 축제의 의미를 서술하고 평가하고자 한다. 우선 임팩트있게 한마디 하자면 눈물날만한 성공이라고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냥 성공이 아닌 눈물날만한... 이라고 했다. 이 땅의 메마른 상호작용 놀이문화의 새벽을 깨우는 그들에게 경의의 눈물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이다.
필자는 근래의 몇 년 간 개최된 Hi Seoul Festival 에 무언가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처럼 빈 공간이 있다고 느꼈었다. 하지만 Hi Seoul 기획팀 그들도 필자와 같은 공허함을 느꼈는지 이번엔 과감하게 기존의 가족단위 구성원을 위한 축제가 아닌 젊은이와 매니아 중심의 종합 문화 축제라는 밥상을 아름답게 차려놓은 것이다.
World DJ Festival! 필자는 이날의 정신없이 많은 일정들을 도저히 리뷰에 쓰고 싶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물론 원래 그런 스타일의 리뷰는 좋아하지 않는다. 부디 부탁이니 디테일한 일정과 정보는 블로그나 지식인을 이용해 주길 바란다.
이번 야외축제행사가 우리 매니아들에겐 Hi Seoul 의 메인 이벤트였고 어쩌면 유일한 이벤트였지도 모르겠다. 우선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던 토요일 밤은 너무나 많은 인파가 몰려서 입장에서 폭동이 일어날 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메인 무대의 위에서 쳐다본 난지지구내의 생명체수는 대충 짐작에도 만 명을 넘었고 같이 온 관계자들은 2만 명을 웃돌지도 모른다고 했으니 인원동원에서는 충분히 목표를 달성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할 수 있다.(미국의 우드스탁과 비교 하지 말라!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필자의 예상대로 피드백이 있는 파티형 놀이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이 행사에 몰려들었음은 자명하다. 필자 생각에 서울에 있는 모든 젊은 외국인은 이곳에 모두 모인 것 같았다.
또한 국내에서 동원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놀이문화 역시 총동원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즐기는 최고의 문화 도구는 공연과 춤이기에 수많은 뮤지션과 DJ 들이 대거 포진되었고 무대도 메인무대와 서브무대 그리고 객원(?)무대까지 다양하게 선택의 폭을 줌과 동시에 리뷰를 써야하는 입장에서는 축지법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하는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게도 했다. 이렇듯 여러 무대에서는 밴드 공연뿐 아니라 이슈가 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B-boy 들과 모든 이들의 걸음과 시선을 고정시킨 벨리댄스 그리고 축제 마을이라는 타이틀로 현재 초, 중,고등학생들을 거쳐 성인에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거대 매니아 문화인 Costume Play 등 주최 측은 편견과 무지를 없애고 모든 문화영역을 이번기회에 전부 소개하고 끌어올리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쓴 듯한 흔적이 모든 곳에서 베어져 나와 눈물 나는 멜로드라마처럼 필자를 감동시켰다.
이렇듯 많은 문화코드들이 죄다 한곳에서 믹스되어 매니아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또한 그간 체험 할 수 없었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기에 더할나위 없는 좋은 시간들이었다. 특히 필자는 상호작용 놀이문화의 부재가 한국사회를 계속해서 온라인 안에 갇혀있게만 하는것 같았는데 이런 큰 행사로 인해 많은 이들이 온라인라는 감각 없는 사이버 공간을 벗어나 제대로 된 놀이문화를 즐길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노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차라리 놀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아니 잘못 된 것이다. 올바른 인간으로 커가기 위해서 우리는 그냥 노는 것이 아닌 피드백이 있는 상호작용 놀이 문화 즉, 총칭하여 Party Culture 에 더욱 익숙해 져야 한다.
자 이제 이날 수 많은 공연과 DJ 들의 퍼포먼스속에서 우리에게 반가운 이름 하나만 소개 하고 리뷰의 최후를 장식하려고 한다. Mondo Grosso! 필자의 생각에 이번 축제의 주인공은 단연 그였다. 커다란 스크린에 Mondo Grosso 라는 글씨만으로도 파티피플들의 고함소리는 한강에서 자고 있던 물고기들도 쇼크사할 정도로 굉장했다.
그는 내 집인 것 마냥 즐겁게 놀아줬다. 아마 Mondo Grosso 의 팬 숫자가 이번 축제 후엔 2배로 늘어날 것 같다. Mondo Grosso 의 번뜩이는 센스는 역시 알아줘야 한다. 어찌나 재치 있는 플레이를 하던지 '선수는 다르구나!' 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밤이었다. 그렇게 그의 플레이를 끝으로 여명은 밝아 왔고 2박 3일의 축제는 서서히 내년을 기약하고 있었다. 아쉬운 여러 생명체들은 텅 비어 가는 난지지구에서 시간을 멈추고 싶어하는 듯 했다.
사실 필자는 이번 축제를 좀 더 조명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행사였고 또한 관련해서 한국 파티 씬에 대한 여러 가지 상황들을 정리해서 알려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뷰가 더 길어지면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아 앞에서 말한 대로 이번 리뷰의 최후를 고한다.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만나서 오작교에서 운다고 했던가! 필자는 그 감격을 가지고 내년을 기다리고자 한다. 물론 필자와 당신들에게는 직녀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파티와 공연이 있고 매니아와 문화인들의 거리인 Hongik Univ Area 가 있다. 아참! 이번 축제에서 단지 좋은 점과 감동적인 드라마만 넘쳐났던 것은 결코 아니다. 나열하라면 쉬지 않고 떠들 만큼 맘에 안 들었던 점도 있었다. 축제에 참가한 모든 여성 파티피플들을 괴롭힌 말도 안 되는 쪽수의 화장실과 편의시설은 그 단적인 예이다. 더불어 끝난 후의 쓰레기 문제...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필자와 수많은 매니아들의 엄한 잣대는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다.
한국형 Woodstock 의 기치를 높이든 World DJ Festival 은 성공적이었다. 이번 행사에 땀 흘려 수고의 씨앗을 뿌린 이 땅의 수많은 문화계 종사자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한다.